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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온 날들

'그곳' 에 '다녀' 왔습니다. - 1 _ 2008.08.16

대학 1학년 때 "여행"을 가야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동해에 다녀온 이후로 이렇게 갑작스레 떠난 여행은 정말 오랫만이었습니다.

전날 "저, 가겠습니다! 오전중에 출발해서 도착할거에요 ^ㅡ^" 라고 전화만 한통 드리고는



다음날 새벽 4시에 일어나 출발했습니다.

서산행 첫 버스가 센트럴에서 6시에 있기에 6시 버스를 타려면 신촌에서 센트럴까지 1시간걸린다고 보고, 넉넉잡아 4시 30분에 신촌에서 버스를 타야하므로,,,

마음같아서는 더 일찍 가고 싶었습니다만, 시간이 그렇게 되더라구요.

아침을 먹기도 뭐해서이육사님의 시를 하나입에 물고 카메라랑 쌍안경, 물통하나만 딸랑딸랑 들고 버스에 올랐습니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첫 버스'에는 생각보다 사람이 많습니다.

저는 대부분 '특별한'날 첫 버스를 타는데, 다른 분들은 그 버스가 일상적인 것 같아 좀 부끄러워 진달까요...

하지만 새벽 4시 첫 버스인데요... @ㅅ@

센트럴에 도착하니 5시가 조금 넘어있었습니다.

6시 버스를 끊고 라이온하트와 놀고있자니 금세 차 시간이 되었습니다.



6시에는 아직 해가 뜨지 않더니 버스가 출발하자마자 창 밖이 밝아오기 시작합니다.

4시 에서 6시 사이에 두근거림 때문에 잠이 오지 않아 맑은 정신으로 내려가겠구나... 했더니 버스에서 기절을 했습니다.

고향에서 나와 사는데다가 이곳 저곳 돌아다니기 좋아하는 저는 버스다 기차다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합니다.

그럴때마다 신기하게도 도착하기 직전에는 눈이 번쩍 뜨입니다.

대충 도착 시간을 예상하고 잠드는 것 때문도 있겠지만, 늘 스스로를 기특하게 여기곤 합니다.

1시간 40분 후.

눈이 번쩍 뜨여 둘러보니 조금 익숙한 동네입니다.

로타리 너머로 저번 서산탐조때 숙박했던 여관이 보입니다.

그때 같이 계셨던 분들이... 여러분 계셨습니다만, 오늘 찾아가는 집지기님을 저곳에서 처음 뵌 기억이 납니다.

잠이 덜 깨서 멍~ 하니 돌아다니면서 3번 실패하면서 서울가는 9시 버스도 끊고, (밤! 9시! 라구요!)

창리가는 차 시간표 찾아서 차표도 끊고서

버스정류장에 앉아 '토토와로또' 는 '토토로와 로또'같아... 란 생각을 하며 앉아있었습니다.





창리 행 버스는 8시 15분에 있습니다.

대학야조회 조사때에도 왔었으니까 초행길은 아닙니다만,

'아는 길도 물어가라'는 옛선조의 말씀을 새기고 <간월도>행 버스에 타고서도 버스기사님에게 '창리'에서 내려주시기를 부탁드렸습니다.

 버스기사님이 조금 아는 분을 닮으신 것 같아서 은근히 반가웟습니다. (김주헌선생님!!!)



버스가 출발하였습니다.

"비가 온대. 조심해" 라는 문자를 받았는데, 눈이 닿는 곳 마다 안개가 자욱이 깔려 있습니다.

여기저기 반가운 장소들이 보이는 걸 보니서산에 온 실감이 납니다.

눈물없이는 말할 수 없는 대학야조회 서산조사의 기억이 여기저기 널려있습니다.

이번 정류장은 '고드름이 있던 파란 슬레이트 지붕'입니다.

다음 정류장은 '따뜻한 국물을 얻어마셨던 마을회관'입니다.

창리에 내리니 대학야조회가 늘 묵었었던 '모텔 썬셋'이 보입니다.

그리고 전화를 드리니, 어이쿠 놀래라. 아직 주무신다고 합니다.

깨우셔서 바꿔주신다기에 "아니,아니,아니에요. 3km정도면 한시간쯤 걸으면 되니까 그냥 걸어갈게요" 라고 씩씩하게 대답했습니다.

제가 일찍오긴 했나봅니다.

서해안휴게소를 지나니 오늘의 목적지가 보입니다.



1년도 전 부터 늘 이곳에 와 보고 싶었는데

어찌나 기회가 안되던지요!

역시 일단 지르고 보는게 좋은 것 같습니다.

말로는 "저 오늘 탐조하러 온거 아니구요, 그냥 놀러왔어요" 라고 하지만

직박구리에 참새, 백로가날아다니는 것까지는 참았지만

제비가 날기 시작하니 쌍안경을들지 않을 수가없지 않습니까.

저에게 여행은 어쩔수 없이 새를 동반하는 것 같습니다.

좋은 곳에서는 늘 새들을 만날 수 있으니까 가방의 무게는 4년째 가벼워 지질 않습니다.



펜션으로 가는 길을 따라 쭈~욱 나 있는 수로 입니다.

보통때 걸음으로 1시간이면 갈 거리를

수면에서 노니는 제비를 보고, 물총새와 서로 놀라고, 해오라기에게 인사하고, 파랑새를 배웅하고 하다보니 30분이 지났는데

여기 까지 밖에 못왔습니다.

'푯말 너무 소심한데?!' 라고 생각하자 마자 차가 한대 나타났습니다.

눈이 나쁜 제가 이렇게 멀리 있는데도 환하게 웃으시는 얼굴이 차 안에서 보입니다.

뚜벅이 탐조가 금세 끝난것에 조금 아쉬워 하며 차에 올랐습니다.

바로 펜션으로 가실려나, 하고 있는데 역시나!!!

최근 넌꺅이 올 때 즈음이라는 이야기를 하시면서 논두렁길로 차를 몰아가시는데

아니, 저게 무엇입니까?

꺅도요류가! 짚에 배를 깔고 앉아있습니다!

아... 저게 넌꺅이구나...

너무 적나라하게 보이는 모습이 재미있습니다.

분명 저 아이는 본인이 안보인다고 생각하는 거겠지요?

갑자기 넌꺅이 벌떡 일어나더니 날아갑니다.

꺅류가 날아다니는 것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기는 처음입니다.

대부분 날아서 덤불로 순식간에 사라지고는 했는데, 서산의 꺅은 다르더군요.

한마리가 두마리가 되고 두마리가 세마리가 되었습니다.

... 분신술?!

그러더니 하늘을 세바퀴 돌아 차량이 있는 쪽으로 돌진! 하는가 싶더니 다시 휙 돌아서는 하늘을 두어바퀴 더 돌고는 옆 논둑으로 사라졌습니다.

"와... 역시 서산입니다. 이런 구경을 다 하구요!" 하고 신이나 있으니 어느새 펜션이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역시!

집지기님이 사진을 워낙 잘 찍으시는 것도 있지만 기대를 져 버리지 않습니다.

더 말로해 무엇하겠습니까만은, 특히 색이 예뻐요!!!

집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렌즈도 문제거니와 아무리 잘 찍은들 펜션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사진에 못미칠걸 알기에 아예 마음을 접었습니다.

자, 드디어 '그곳'에 도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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