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양버즘나무

양버즘나무

 - 마경덕

 

한 가마니의 그늘이 실려 갔다

그늘만큼 허공도 잘려나갔다

 

떨어뜨린 그림자를 싣고 버스는 달려가고

청소부는 돗자리만한 그늘을 쓸어 담았다

천 개의 귀를 가진 양버즘나무

찰랑찰랑 목까지 드리운

방울귀고리도 몽땅 잃어버렸다

 

늘 적자인 나무의 농사법

 

마디마디 관절이 불거지고

욱신욱신 무릎이 쑤신다

이쯤 농사를 접으라 해도

고집쟁이 저 여자

놔두면 묵정밭 된다고

그럴 순 없다고

끙, 무릎을 일으킨다.

 

헛농사를 짓는 양버즘나무

4월 느지막이

허공에 밭을 간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0) 2018.02.04
[슬픈열대] - 레비 스트로스  (0) 2018.01.31
Naehe des Geliebten - Goethe (연인 곁에서 - 괴테)  (0) 2018.01.30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0) 2017.10.08
스카이 콩콩 - 김애란  (1) 2017.07.11
Recent Posts
Popular Posts
Tags
더보기
Recent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