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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온 날들

2017.11. 경주

예상하지 못한 휴일

주말은 춥지만 맑을것이라고 했다.

훌쩍 떠나기에 안동은 멀고 경주는 가까우니 차로 한시간 걸리는 경주를 기차를 타고 세시간 동안 가서 도착했다.

예상보다 춥지 않았고
예정했던 제면소는 문을 닫았다

아무래도 좋았다

시장에서 단과자빵을 사고
솔거미술관 앞 연못에서 원앙을 보며 커피를 마셨다

바람이 불고 빛이 좋고
미술관의 풍경액자는 더할나위 없었다.

진평왕릉에서 결혼식 스냅을 찍는 커플들.
죽음을 기억하는 장소와 새로운 시작을 약속하는 장소가 조화로울수 있는 곳.

선덕여왕릉을 가는 길에 하룻강아지가 세상 무서운지 모르고 따라왔다.
그 경쾌한 발걸음을 근처 논일하시는 아주머님께 부탁하고 낭산에 올랐다.
예전에 가 보지 못한 길을 지나
예전에 후투티가 있던 능지탑지.

마애보살삼존좌상을 지키던 도깨비바늘을 잔뜩 달고 있는 흰둥이.

빛을 아까워 하며 돌아나오는 길에
감나무와. 청딱따구리와. 노랑고양이.


이슬람에 대한 이야기.
황룡사지의 노을.


나도 빛을 아까워 하는 나이가 된걸까
이 빛이기에 아까운 걸까

일요일의 1시의 황리단길은
나른하고
나른하게 기다려 밥을 먹고
걷다보니
말은 없고 졸음이 왔다

오릉가는 벤치에서 잠이들고
서늘한 바람에 깨어
오릉에 가서 잘 자리를 찾고
생각보다 볕이 잘 들지 않아서
삼릉가는 버스를 기다리며
눈부신 논을 바라봤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았다.
버스가 영영 오지 않아도 좋을것 같았다.

12월의 북반구처럼
종일 내가 좋아하는 높이의 해가 떠 있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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