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새를 본다는 것

슴새와 도둑갈매기 - 미완의소청도 (2016년 10월.)

9/30


엄마 : 토일월 계속 비온단다 - 비오면새도 못볼건데 - 한번 더 생각해봐 (오후 10:07)

딸 : 비 와도 쌤들 만나서 이야기 할 기회가 지금 밖에 없어요! 다녀 올게요 ^^ (오후 10:07)

엄마 : 달이가 문앞에서 운다 (오후 10:29)

딸 : ㅠㅡㅠ (오후 10:30)


여름이 갈 생각을 않는 9월 30일의 밤.

한달동안 주말도 없이 출근하던 딸이 

겨우 쉴 수 있게 되자 새를 보러 3박3일간 집을 나섰습니다.

비도 계속 온다는데 그 먼 길을 밤을 헤쳐 버스를 타고 기어이 간다는 딸이

엄마는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하지만 새를 보러 다니는 딸의 마음은 엄마와 전혀 다릅니다.

비가 많이 오면 길 잃은 새가 나타날 수도 있어!

두근거립니다.

육지와 단절된 곳에서 느낄 수 있는 공기와 바람과 햇빛과 시간.

비가 와도 새가 없을지 몰라도 기어이 새를 보러 가는 이유는 한 두가지가 아닙니다.






10/1


마산에서 새벽 1시 버스를 타고 수원에 4시쯤 도착했습니다.

심야버스는 빠릅니다. 자고일어나니 수원인건 좋은데

시간이 너무 일러 늘 조쌤께 감사한 마음입니다.

새벽밥을 먹고 의왕톨게이트에서 문경자선생님을 만났습니다.

고속도로에서 손님을 내려주기는 처음이라고 투덜대는 기사님을 밝게 배웅하신 문경자쌤과 함께 인천으로 달립니다.


인천에 도착하여 다른 분들은 아침식사를 하셨지만

조쌤과 저는 차에서 기절했습니다.

비칠비칠 일어나 짐을 챙겨 선생님들과 겨우 인사를 나누고

하모니플라워호에 탑승했습니다.


소청으로 가는 3시간 동안 동곱쌤과 고라니쌤이 보르네오에 다녀오신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형광으로 빛나는 열대의 새들.

황홀한 남의나라이야기를 한참 듣고 나니 소청 도착 30분 전입니다.

소청에 가는 길이니 배 위에서 슴새 워밍업을 해주어야 합니다.

바다바람을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서 슴새를 찾아 눈동자를 굴립니다.

저 멀리 저 것은 슴새인데, 너무 오랜만이라 이름을 부르기가 어색합니다.


소청에 하선하여 트럭에 승차했습니다.

경찰관 앞에서 트럭 짐칸에 올라 탑니다.

섬이니까 괜찮습니다.

백경민박 사모님의 트럭은 감속없이 달려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짐을 풀고 밥을 먹고 

다시한번 감속없는 트럭에 올랐습니다.

손마디가 하얘집니다.

영문도 모르고 송신탑에 하차하고 나니

고라니쌤이 섬에와서 흥분하셔서 이렇게 서두른 거라고 했습니다. 


12시.

한참 더울 때지만 10월초인데 이렇게 더울 줄은 몰랐습니다.

이렇게 더우니 상승기류가 잘 생겨 맹금이 있어야 할 송신탑엔

숨바꼭질 하듯 지나가는 벌매와

신경질부리는 매와

멧새가 있습니다.

동곱쌤이 열심히 찍었지만 그냥 멧새입니다.


조쌤을 필두로 삼삼오오 등대로 향했습니다.

소청의 등대는 

아름답다고 합니다.

하지만 등대로 가지 않고 등대 아래의 풀숲을 뒤적입니다.

여기서 작년에 _______ 를 봤었습니다!

멀리서 찔끔찔끔 움직이는건... 박새입니다.

섬에서 박새는 좀 귀하니까...

노랑배박새일까 했지만.

그냥 박샙니다.

구름 한점 없는 하늘에 때까치가 꼬리를 빙빙 돌립니다.

꼬리가 붉은색이고 배가 깨끗하길 바랬지만

아무리 봐도 그냥 때까치입니다.

신은주쌤께서 점박이노린재와 주황줄무니노린재를 보여주셨습니다.
노린재가 참 이쁩니다.
동곱쌤은 예쁘고 커다란 초록색 박각시 나방 애벌레 동영상을 찍으셨습니다.
고라니쌤과 백원희쌤은 송신탑으로 워프 하셨고 벌매가 송신탑에서 눈높이로 날았습니다.
고라니쌤을 관찰하다가 미동정 마틴류를 봤습니다.
조쌤은 먼 바다에서 아비를 찾으셨습니다.
저는 등대에 기대어 입을 벌리고 잤습니다.
낮잠을 자기에 참 좋은 날이었습니다.

등대에 새가 없으면
왠지 마을에 새가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사모님 트럭을 불러 타기엔 
오늘 하루치의 스릴은 다 즐긴것 같아
열심히 걸어서 송신탑으로 가는 고행의 길을 올랐습니다.
연중쌤과 조쌤과 함께 헉헉 고행의 길을 다 오르자
뒤에서 김쌤이 트럭을 히치하이킹 하여 나타났습니다.
게을러야 득을 봅니다.

친절한 부부의 트럭을 타고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학교 뒤편을 기웃거리니 큰부리까마귀가 있습니다.
밭마다 어린 고양이들이 매어져 있고
새는 고양이들이 다 쫒아버렸는지 
너무 조용해서 고양이를 한마리 한마리 쓰다듬고 다녔습니다.

해는 지고, 

새는 없어서

꽃게를 쪄 먹었습니다.

신선한 꽃게의 내장맛!

꽃게 내장으로 위장이 찼다.

서해는 꽃게철. 

내일 꽃게잡이 나가지 않는 배를 구했다.

바다에는 슴새와 쇠부리슴새와 붉은발슴새와, 넓적꼬리도둑갈매기와 북극도둑갈매기와 긴꼬리도둑갈매기가 있을 것이다.

내일은 슴새와 쇠부리슴새와 붉은발슴새와 넓적꼬리도둑갈매기와 북극도둑갈매기와 긴꼬리도둑갈매기를 볼 것이다.




그날밤 조쌤의 꿈 속에는 갈매기가 잔뜩 나왔다.



관찰종 : 아비, 슴새, 쇠가마우지, 벌매, 솔개, 참매, 조롱이, 새매, 말똥가리, 왕새매, 매, 황조롱이, 새호리기, 북극도둑갈매기, 괭이갈매기, 한국재갈매기, 세가락갈매기, 제비갈매기, 멧새, 칼새, 제비, 귀제비, 미동정마틴류, 노랑할미새, 할미새사촌, 직박구리, 때까치, 검은딱새, 바다직박구리, 노랑눈썹솔새, 솔새사촌, 박새, 동박새(사체), 멧새, 노랑눈썹멧새, 촉새, 쑥새, 큰부리까마귀






10/2 


바다와 하늘 사이에 사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흐린 하늘에 배를 띄웠다.

배는 안개를 헤치고 나아간다.

긴팔옷에 패딩에 바람막이까지 입었는데 손이 오그라 든다.


안개속에서 

휙 

넓적꼬리도둑갈매기가 날아든다.


멀리 나갈수록 더 많이 있을 것 같았는데

점점 고요해 진다.

도둑갈매기는 못봤는데 북한은 본 것만 같다.


불현듯 슴새 무리가 나타났다.

슴새는 날개로 수면을 저으면 파도가 만들어 진다.


구름빛 바다에 타닥타닥 멸치떼가 뛴다.

슴새는 멸치를 사냥하고 갈매기와 슴새가 빼앗으러 달려든다.


도둑갈매기가 나타날 순서다!

...

..

.

멸치떼가 잦아 들었다.

물고기 탐지 레이더를 사야 겠다.




오후엔 비가 왔다.

비오는 바다에서 새사이선생님들이 홍합과 고둥을 수집해 오셨다.







10/3











'새를 본다는 것' 카테고리의 다른 글

12월 어느날 버딩  (0) 2018.12.16
너는 나를 행복하게 한다. -2011/11/08 12:34  (0) 2018.02.01
쇠박새  (0) 2015.05.15
야조회 포스터  (1) 2015.05.15
梅香里 : 매화향기마을 _ 2008.08.30  (0) 2015.05.15
Recent Posts
Popular Posts
Tags
더보기
Recent Comments